발달재활사 국가자격 도입엔 “공감”… 입법 탄력엔 “정부 연구 선행”
본문
발달재활사 국가자격 도입엔 “공감”… 입법 탄력엔 “정부 연구 선행”
▲한국발달재활사협회는 2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의원,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과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달재활사 국가자격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발표를 맡은 신지희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김경숙 교수, 좌장을 맡은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토론자인 조성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사무총장, 오수희 교수, 강정배 사무총장, 김기룡 교수, 임현규 과장 /사진제공=한국발달재활사협회
-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조기발견·중재 및 전문인력 관건
- 서비스 전문성·표준화 위해 국가자격 도입 필요, 한목소리
- 여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 복지부 ‘장기적 접근 필요’
[더인디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시작은 발달장애 조기발견·개입 강화와 이를 위한 전문인력(발달재활사) 양성이 중요하다는 데 정부와 학계, 현장 관계자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영유아·아동기 개입이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 표준화된 질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발달재활사 국가자격화’ 도입에도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입법 등 제도화 시기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대체로 현장과 발달재활사 관계자들은 “충분히 논의했다 혹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등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발달재활사협회는 2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과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조건, 발달재활사 국가자격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근거해 만 18세 미만의 발달·뇌병변·언어·청각·시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청능·미술·음악·행동·놀이심리·심리운동·운동발달·감각발달·재활심리 등 10개 영역에서 제공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언어재활사를 제외한 서비스 제공인력 현황은 1만9438명(교과목 이수 9586명, 전환교육 이수 9852명)이다. 이중 언어재활사는 이미 201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국자자격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도 나머지 9개 영역을 포괄하는 발달재활사 국가자격 도입 및 관리 등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강훈식 전 민주당 의원(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보윤 의원 이름으로 각각 대표발의된 상태다. 주요 골자는 장애인복지법상 의지·보조기기사(72조), 언어재활사(72조의2), 재활상담사(72조의3)처럼, 발달재활사 조항(72조의4)을 신설하고, 국가시험을 실시(73조)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개정안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새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되면서, 입법 논의 역시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각기 다른 서비스 제공인 인력을 ‘발달재활사’ 하나의 자격으로 통합하는 것이 적절한지, 언어재활,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기존 인력 및 서비스 중첩 문제, 발달재활사라는 별도의 학제나 학회 등이 없어 국가자격을 신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치료 등 의료 행위 허용이라며 국가자격화에 반대했다.
발제를 맡은 김경숙 한세대학교 교수는 “2016년부터 언어재활사를 제외한 9개 영역 중심의 분과위원회 및 협의회를 구성, 이후 해당 영역의 유사과목 및 실습 심의 등을 진행해왔다”면서, “2017년 종전 ‘민간자격증 소지자’ 중심에서 ‘관련 교과목 이수자’ 중심으로 자격기준 등이 개선되면서, 개발원이 자격관리 업무를 맡는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재활서비스는 타 영역 간의 중첩이나 경쟁이 아닌 보완 및 협업의 역할로 봐야 하고, 의학적 개념의 치료가 아닌 전문적인 복지와 교육 서비스로 봐야 한다”면서, “특히, 2023년 현대해상이 민간자격자가 제공하는 놀이·미술·음악치료 등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판단, 실손보험금 지급을 중단했고, 법원 역시 이 같은 입장인 상황에서, 국가자격인 언어재활에 대해선 보험금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국가자격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임현규 복지부 장애인건강과장은 “법안 검토 보고서의 의견대로 서비스 영역과 질적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하나로 통합해도 괜찮은지, 상이한 부분의 시험 출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렇다고 현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관리하는 국가자격이 26종인데, 9개 영역의 자격을 개별적으로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면서, “게다가 일부 장애인단체와 보건의료계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연구 등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문제는 약관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또 의료 행위와 관련된 것이지 국가자격화가 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언어재활사 국가자격화 과정에 참여했다는 한 참석자도 “제도화를 위해선 처음부터 제대로 논의하고 정비해야지 나중에 보완한다는 것은 경험상 더 험난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서비스 영역 간 질적 수준 차이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수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개 영역을 하나의 발달재활사 국가자격으로 통합하는 것은 무리일 수는 있겠지만, 국가자격화를 위해 서비스 영역간 논의는 충분히 해왔다. 또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 설계 과정에서 잘 조정하고, 국가자격이라는 공통된 관리 체계 안에서 영역별 전문성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료계를 겨냥하여 “치료 행위는 의사나 치료사가 담당하고, 발달재활사는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인 만큼, 국가자격화 과정에서 그 직무범위를 법적으로 규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과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 등 다른 토론자들도 정부나 일각의 우려보다는 국가자격의 제도화를 통해 조기개입의 전문성과 공신력, 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안정적인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강 사무총장은 “정부의 낮은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단가를 현실화하고, 왜곡된 시장 단가를 바로잡기 위해선 평균 가격공시 등 격차 축소 등을 위한 개편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용자들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일정 연령 이하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을 지켜본 일부 관계자들은 발달재활사 국가자격화와 관련된 법안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정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위성만으로는 우려나 부정적 의견을 불식시키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나 부모 등 이용자 관점에서 본다면, 서비스제공자들의 국가자격화에 얼마나 관심을 두겠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다.
댓글목록0